심훈의 불멸의 명작 '상록수': 그 소개, 줄거리와 문학적 의미

반응형
심훈의 불멸의 명작 '상록수': 그 소개, 줄거리와 문학적 의미

심훈의 불멸의 명작 '상록수': 그 소개, 줄거리와 문학적 의미

한국 현대문학사의 큰 줄기를 형성한 심훈의 대표작 '상록수'는 일제강점기 농촌계몽운동을 그린 작품으로, 민족의식과 계몽정신이 살아숨쉬는 불후의 명작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 일제의 억압에 대항한 조선 지식인들의 정신적 저항과 농촌 재건의 의지를 담아낸 중요한 문학적 유산입니다.

1. 상록수 작품 소개

'상록수'(常綠樹)는 한국의 소설가이자 영화인, 시인, 언론인으로 활동했던 심훈(1901-1936)의 장편소설이자 그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1935년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소설 공모전에서 당선되어 같은 해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총 127회에 걸쳐 연재되었으며, 1936년에 한성도서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심훈은 상록수가 당선된 이듬해인 1936년에 장티푸스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자신의 대표작이 세상에 미친 영향을 직접 목격하지 못했습니다.

'상록수'라는 제목은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상록수처럼, 일제의 탄압이라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민족정신을 지켜나가는 젊은 지식인들의 의지를 상징합니다. 작품은 브나로드 운동(농촌계몽운동)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젊은 지식인들이 농촌 재건과 민족의식 고취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배경은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의 '샘골'이며, 이 지역은 현재 '상록수'와 관련된 다양한 지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록수역, 상록구, 상록수로 등이 모두 이 소설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국 근현대 문학작품에서 유래한 지명으로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입니다. 그만큼 이 작품이 한국 문학사와 대중에게 미친 영향력이 지대했음을 보여줍니다.

2.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창작 의도

'상록수'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일본의 식민지 수탈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1920년대 중반부터 조선의 지식인들은 농촌계몽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1931년 동아일보사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시작한 브나로드 운동('민중 속으로'라는 뜻의 러시아어)은 대중적 지지를 얻으며 확산되었으나, 1935년에 이르러 일제의 탄압으로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심훈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브나로드 운동의 정신을 문학을 통해 이어가고자 '상록수'를 집필했습니다. 그는 직접 안산 샘골에 세 차례 방문하여 최용신과 관련된 내용을 자세히 기록했고, 이를 바탕으로 1935년 5월부터 6월까지 작품을 집필했습니다. 또한 충남 당진에 낙향한 부모를 통해 장조카 심재영이 전개한 농촌계몽운동의 모습도 작품 창작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소설 '상록수'는 단순한 농촌 계몽운동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선인의 교육과 계몽을 통한 민족의식 고취와 독립에 대한 열망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일제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직접적인 표현은 피했지만, 작품 전반에 흐르는 저항정신과 민족주의적 메시지는 당시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3. 줄거리

'상록수'의 줄거리는 크게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품은 농촌계몽운동에 참여했던 대원들의 위로회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발단: 계몽운동의 시작

농촌계몽운동에 참여한 대원들을 위한 신문사 주최 위로회에서 박동혁과 채영신이 만납니다. 수원 고등농림 학생인 동혁과 여자 신학교 학생인 영신은 각자 여름방학을 이용해 농촌계몽운동에 참여했고, 서로의 발표를 통해 뜻을 같이하는 동지임을 확인합니다. 두 사람은 의논 끝에 가난한 부모에게 더 부담만 주는 학업을 중단하고, 각자 고향인 한곡리와 청석골에서 농촌계몽운동에 매진하기로 결심합니다. 이들은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우고, 3년간 계몽사업의 토대를 닦은 후 결혼하기로 약속합니다.

전개: 고난과 역경

박동혁은 고향 한곡리로 내려가 다양한 농촌 계몽사업을 추진합니다. 농우회를 조직하고 회관까지 마련하는 등 농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기반을 조성합니다. 반면, 채영신은 청석골에서 문맹퇴치와 기독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계몽활동에 몰두합니다. 그녀는 부모들을 설득해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하고, 한글과 성경, 실용적인 기술들을 가르치며 농촌 주민들의 생활 개선에 헌신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활동은 순탄치 않습니다. 지주의 아들인 강기천은 박동혁의 농우회 활동을 달갑지 않게 여기며, 일제의 농촌진흥회 사업을 빌미로 농우회관을 차지하려 합니다. 동혁은 이를 단호히 거절하지만, 지속적인 방해와 갈등이 발생합니다.

위기: 학교 건립과 영신의 입원

채영신은 헌신적인 노력으로 드디어 청석골에 학교를 세웁니다. 하지만 과로로 인해 그녀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됩니다. 한편, 박동혁의 동생 박동화는 강기천이 농우회관을 빼앗자 분노하여 회관에 불을 지르고 도망갑니다. 동혁은 동생 대신 자신이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살이를 하게 됩니다.

절정: 박동혁의 체포와 영신의 죽음

박동혁이 감옥에 있는 동안, 일본에 잠시 유학했다가 건강 악화로 청석골에 돌아온 채영신은 마을 일을 과도하게 돌보다가 결국 쓰러지고 맙니다. 그녀는 죽음을 앞두고도 "내가 가더라도 우리 학원은 계속해요"라는 말을 남기며 숨을 거둡니다. 동혁은 출감 후 곧바로 영신의 무덤으로 달려가 그녀가 못다 한 일을 자신이 계속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결말: 박동혁의 계몽운동 지속

채영신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는 길에, 박동혁은 매독을 수은으로 치료하다 죽은 강기천의 소식을 듣습니다. 마을에 들어선 박동혁은 전나무, 소나무, 향나무 등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들을 바라보며 농촌 운동의 지속을 다짐합니다. 그는 "상록수 그늘을 향하여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습으로 소설은 마무리됩니다.

4. 주요 인물 분석

박동혁

수원 고등농림 학생으로,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 한곡리에서 농민운동을 전개합니다. 그는 경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실질적인 농촌계몽운동을 강조하는 인물로, 농우회를 조직하고 공동 경작과 같은 구체적인 활동을 추진합니다. 심훈의 장조카 심재영과 최용신의 약혼자였던 김학준을 모델로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박동혁은 민중의 입장에서 사회와 역사를 해석하는 사회의식과 참여를 강조하는, 당시 이상적인 지식인의 모습을 대표합니다.

채영신

여자 신학교 학생으로, 실존인물인 최용신을 모델로 한 인물입니다. 그녀는 지식인은 자신이 아니라 민중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믿음을 농민운동으로 실천합니다. 특히 문맹 퇴치와 기독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문화적 계몽운동에 집중합니다. 과로로 인해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녀의 헌신과 희생정신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상록수와 같은 불멸의 정신을 상징합니다.

백현경

당시 돈으로 삼천 원을 들여 호화롭게 꾸민 집에 사는 부르주아 지식인입니다. 박동혁은 그와의 저녁 모임에서 백현경으로 상징되는 부르주아 지식인들의 문제, 즉 민중의 입장에서 사회와 역사를 해석하는 사회의식과 참여가 없는 감상주의와 위선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그는 당시 허울뿐인 지식과 안일한 삶을 추구하는 일부 지식인들의 모습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강기천

지주의 아들로, 면협 의원이자 금융 조합 감사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박동혁의 농우회 활동을 방해하고, 농우회관을 빼앗아 일제의 관제 농촌진흥회 회관으로 전환하려 합니다. 그는 일제의 식민 통치에 편승하여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부정적 인물로 그려지며, 결국 매독을 수은으로 치료하다가 죽음을 맞이합니다.

5. 상록수의 문학적 의미와 서평

'상록수'는 이광수의 '흙'과 더불어 1930년대를 대표하는 농촌계몽소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흙'이 지식인 허숭에 초점이 맞춰진 것과 달리, '상록수'는 농촌계몽운동 자체가 더 본격적으로 서사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농민들이 공동으로 답을 경작하고 함께 회관을 짓는 모습 등을 통해 노동의 중요성과 강한 민중 지향성을 드러내고 있는 점이 이 작품의 큰 강점입니다.

'상록수'는 농촌계몽소설로서만이 아니라, 식민지 시대 저항문학으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농촌 재건과 계몽을 다루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일제의 식민 지배에 대한 저항과 민족의식 고취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심훈은 브나로드 운동이 일제의 탄압으로 중단된 시점에, 문학을 통해 그 정신을 계승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문학적으로 '상록수'는 리얼리즘 기법을 바탕으로 농촌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주인공들의 이상과 희생을 통해 낭만주의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박동혁과 채영신의 사랑 이야기를 한 축으로 삼아 농촌계몽운동에 헌신하는 지식인들의 모습과 당시 농촌의 실상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또한 '상록수'는 당대 지식인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박동혁과 백현경의 대비를 통해, 심훈은 참된 지식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냅니다. 그에게 있어 참된 지식인은 민중과 함께하며, 사회 현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존재입니다.

"상록수"는 문맹 퇴치, 미신 타파 같은 소극적 계몽운동의 중요성을 부각한 작품이 아니라 적극적인 경제 운동을 벌여야 함을 강조한 작품입니다. 심훈은 이러한 운동이 탁상공론이나 이론적인 것이 아닌, 대지에 뿌리박은 구체적인 실천이어야 함을 작품을 통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상록수'는 채영신과 박동혁으로 대표되는 두 가지 계몽운동 방식의 차이와 보완적 관계도 보여줍니다. 채영신이 문맹 퇴치 등 기독교적이며 문화적인 운동에 집중하는 반면, 박동혁은 경제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운동을 강조합니다. 작품에서 채영신이 먼저 죽고 박동혁이 농촌 운동의 주역으로 남는 구도는, 문화운동만으로는 농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작가의 인식을 반영합니다.

'상록수'는 출간 이후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며, 1961년에는 신상옥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채영신 역에는 당대 최고 인기 여배우 최은희가, 박동혁 역에는 신영균이 캐스팅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현재까지도 '상록수'는 한국 근현대문학의 대표작으로서, 중등 교과서에 수록되어 교육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6. 결론: 불멸의 상록수 정신

'상록수'라는 소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겨울이 와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상록수처럼 어떤 시련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불굴의 정신을 상징합니다. 채영신의 죽음으로 소설은 비극적 결말을 맞는 듯하지만, 박동혁이 그녀의 뜻을 이어받아 계속해서 농촌계몽운동을 이어나가는 모습은 상록수와 같은 불멸의 정신이 계속 이어진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심훈의 '상록수'는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대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자신의 사명을 다하는 지식인들의 모습을 통해, 당시 독자들에게 민족적 자긍심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정신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현실 안주보다는 개혁과, 이념보다는 실천을 강조하는 '상록수'의 메시지는 현대 사회에서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또한 '상록수'는 농촌문학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넘어,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흐름인 농촌계몽운동과 브나로드 운동의 정신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역사적 의미도 갖습니다. 심훈은 이 작품을 통해 당시 지식인들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며, 진정한 계몽과 발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심훈의 '상록수'는 발표된 지 거의 한 세기가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읽히고, 연구되고, 재해석되는 한국 문학의 고전입니다. 그것은 이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가치가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상록수처럼 사시사철 푸르게 빛나는 이 불멸의 명작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국 문학의 중요한 기둥으로 자리할 것입니다.

#상록수 #심훈 #농촌계몽운동 #브나로드운동 #일제강점기 #한국문학 #최용신 #박동혁 #채영신 #문학명작 #한국고전
반응형